티스토리 뷰

초등학교 아이들은 글자를 읽기 시작하면서 스스로 책을 읽게 됩니다. 스스로 선택해서 읽기도 하지만 부모나 교사의 추천서도 많이 읽게 됩니다. 정형화된 독서의 문제접을 확인해 봅니다. 더불어 아이에게 유의미한 독서가 무엇인지 알아봅니다. 

 

책이란 무엇인지 알아봅니다.

아이와 함께 책을 읽는 엄마는 아름답습니다. 아이와 함께 책을 읽는다는 것은 책을 읽고 이야기를 나눈다는 뜻입니다. 엄마는 아이가 책을 많이 읽었으면 하고 바라고 있습니다. 엄마들은 아이들이 역사책 · 과학책 · 고전 등 지식이 많이 담긴 책을 읽기를 바랍니다. 왜냐하면 대부분 책을 '지식창고'라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책은 좋은 것이다'라는 절대적 믿음을 가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렇지 않습니다. 위인전은 위인 예정설에 바탕을 둔 이야기가 대부분입니다. 위인은 이미 이 세상에 태어나기 전부터 예정되어 있습니다. 그래서 위인전은 항상 꿈(태몽)에서부터 시작합니다. 이러한 관점은 위인은 처음부터 특별하게 태어난다는 생각을 갖게 만듭니다. 또한 위인과 영웅이 존재하기 위해서는 수많은 사람의 땀과 노력이 바탕이 되었다는 것을 무시할 위험성이 있습니다. 그것뿐만이 아닙니다. 만약 벡설공주를 비판적으로 읽지 않는다면, 백인 중심의 세계관과 순종적이고 주체적이지 못한 여성관을 가질 위험이 있습니다. 만약 개미와 베짱이를 비판적으로 읽지 않는다면, '근면과 성실'은 무조건 좋은 것이며 노는 것은 무조건 좋지 않다는 생각을 갖게 될 것입니다. 만약 리처드 바크의 갈매기의 꿈을 읽고 '높이 나는 새가 멀리 본다'는 구절만 외운다면 다음과 같은 오해가 생깁니다. 오직 미래만을 위해 현재의 고통을 참고 견뎌야 한다는 근대적 이데올로기의 영향을 받을 수 있습니다. 이외에도 아이들이 아무런 문제의식 없이 교훈적으로만 책을 읽을 경우 받을 수 있는 영향은 수없이 많습니다. 책 읽는 것 자체가 어떤 영향을 받기 위해서이기는 하지만, 과연 건강하고 올바르며 자신의 주체성을 확립하는 과정이 될 수 있을지 살펴보아야 합니다. 무비판적인 독서, 암기식 독서가 얼마나 위험한지에 대해서는 새삼 강조할 필요도 없습니다.

 

나를 죽이는 책 읽기와 내가 살아 있는 책 읽기

책 읽기는 진지하고 집중적이며 마음을 모으는 만남이 될 수 있습니다. 책 읽기를 통해 지은이의 의견과 생각과 만납니다. 책 속에 나오는 여러 인물과 사연과의 만남 등 역사와 시대와 공간을 넘어서는 다양한 만남이 있습니다. 이 일은 읽는 사람의 머릿속에서, 정신 속에서 이루어집니다. 그러므로 초등학교 때의 책 읽기는 흥미로운 세계와의 만남이며 가슴 설레는 '정신적 대화'입니다. 그러나 초등학교 때 이루어지는 대부분의 책 읽기가 누군가를 만나서 서로 이야기를 나누는 것이 아닙니다. 일방적으로 들어야 하는 설교나 재미없는 강의 같은 '교훈적 독서 지도법'에 따라 진행된다는 것이 문제입니다. 이러한 교훈적 독서 지도법이 독서에 대한 흥미와 의욕을 떨어뜨리는 가장 큰 원인입니다. 또한 많은 독서 지도 방법론에서 공통된 문제는 책 읽기를 '효과적인 도구 사용법'을 가르치듯 기능적으로 접근한다는 것입니다. 책은 분명히 도구이긴 합니다. 하지만 책은 인간이 살아가는 데 꼭 필요한 정신적 영양분을 공급합니다. 자신의 정신세계를 일구어 가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하는 도구입니다. 자동차가 스스로 움직이지 못하듯이 책이라는 도구도 그 책을 읽는 사람이 어떻게 사용하느냐에 따라 역할과 의미가 달라집니다. 살아 있는 독서와 죽은 독서, 노예적 독서와 주체적 독서의 차이는 다음과 같습니다. 책을 쓴 사람과 읽는 사람이 독서 과정에서 얼마나 대등하게 만나 대화할 수 있는가에 달려 있습니다. 일방적으로 지은이의 생각만을 외우는 독서, 의무처럼 독후감 쓰기를 강요하는 독서 등은 다른 사람의 삶과 생각을 모방하는 데 그치게 할 위험을 가지고 있습니다. 이러한 독서 환경에서 자라는 아이는 스스로 생각하고 판단하며 주체적인 삶을 살기 힘듭니다. 그보다는 수용적이며 다른 사람들이 제시하는 규칙과 질서에 맞추어 자신을 규정하는 삶을 살아갈 가능성이 큽니다.

 

아이가 살아 있는 책 읽기를 하기위한 방향

독서의 과정은 스스로 생각하며 이루어집니다. 책 읽기는 시공간을 넘나들면서 넓은 세계와 관계를 맺는 것입니다. 작은 공간에서 아주 넓은 세계, 다양한 세계와 연결되고 그것을 혼자서 이루어 내는 것입니다. 따라서 현상적으로는 혼자 하는 작업처럼 보이지만 이미 많은 것들, 많은 사람과 함께 하는 행위입니다. 아이들이 책을 읽으면서 무수히 많은 것들, 많은 사람과 함께 하고 있다는 것을 어떻게 느낄 수 있는지가 매우 중요합니다. 이것이 독서를 지도하는 학부모와 교사들이 고민하고 연구해 우리 아이들과 함께해야 할, 살아 있는 독서를 위한 출발점입니다.

 

엎드려서 스스로 책을 보는 아이
엎드려서 스스로 책을 보는 아이